
언젠가 ‘나 혼자 산다’에서 박나래가 수면센터를 찾아 수면 검사를 받았다. 박나래는 “태어나서 단 한 번도 꿈을 안 꿔본 적이 없다”라며 평소 잠을 깊게 못 자는 편이고, 늘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. 놀랍게도 심지어 꿈 내용을 통제할 수 있단다.
나는 그 얘기에 깊게 공감했다. 물론 나는 꿈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‘꿈 통제자’는 아니지만, 나도 매일 밤 꿈을 꾼다. ‘내가 언제 꿈을 안 꿨지?’라고 곰곰이 생각해봐도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. 대부분의 꿈은 생생하고, 깨고 나서도 기억이 잘 나는 편이다. 하지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불안감에 시달리는 꿈을 꾼다. 상황은 언제나 ‘일촉즉발’이다. 무언가에 쫓기고 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. 전쟁이 터져 총성이 들리고, 때로는 칼부림이 일어나기도 하는 나의 꿈속 세계, 영화나 드라마처럼 갑자기 장면이 바뀌기도 하고 꿈 내용은 판타지보다 더 터무니없고 비논리적이기도 하다. 스토리 구성이 엉망이라 나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투성이다. 그래서 나는 내 꿈 세계가 참 궁금하고 의문스럽다.

꿈은 내 무의식 세계인가. 무언가의 계시인가. 예지몽? 그냥 남은 기억 찌꺼기들의 엉터리 조합인가. 의미를 논하기에 가치가 없는 아무것도 없는 無 인가. 미래 혹은 과거 아니면 전생, 그것도 아니면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인가. 내 의식 덩어리인가. 나도 알 수 없다.
죽지 않기 위해 죽어라 달리다가 꿈에서 깨어나면 굉장히 피곤하다. 나는 분명 잠을 잤는데, 고강도의 육체노동을 하고 난 직후의 느낌이다. 내 육체와 정신은 왜 꺼져있어야 하는 시간에 그러니까 재생을 위한 휴식 타임에 그 어두컴컴한 암흑에서 왜 그리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걸까.
그래서 나는 복잡 미묘한 나의 꿈속 세계를 일단 적어보려 한다. 일종의 꿈 노트. 아무짝에 쓸모없겠지만 그냥 적어볼까 한다. 단 한가지 아쉬움이라면 괴상하고 해괴망측한 내 꿈속 세계를 글로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. 뭐, 뭐가 되든 열심히 적다 보면 꿈과 현실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도 있지 않을까. 아니면 말고.